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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심리학 연구

나쁜말이나 좋은말에 느끼는 심리학적 이야기

by a-art 2024. 8. 24.

 손실 회피 개념은 심리학이 행동경제학에 가장 크게 기여한 부분이 틀림없다. 결과는 이익과 손실로 평가할 때가 많고 손실은 이익보다 커 보인다는 당연한 사실을 생각하면, 참 이상한 일이다. 아모스와 나는 우리가 할머니들도 잘 아는 주제를 연구하고 있다고 농담 삼아 말하곤 했다. 하지만 우리가 할머니들보다는 많이 알고 있으며, 이제는 손실 회피를 두 시스템이라는 더 넓은 맥락에, 특히 부정과 도피가 긍정과 접근을 압도한다는 생물학적, 심리학적 관점에 포함시킬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놀랍도록 다양한 사례에서 손실 회피 결과를 볼 수 있다. 상품이 운송 중 분실됐을 때는 오직 직접적 현금 손실만 보상된다거나, 대규모 개혁 시도가 걸핏하면 실패한다거나, 프로골프 선수들은 버디 퍼팅보다 파 퍼팅에서 정확도가 올라간다거나 하는 등이다. 총기가 좋았던 우리 할머니라도 평소에 당연히 여겼던 일반적인 생각에서 이처럼 구체적인 예측이 나온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그림에서 왼쪽 그림을 보면 심장박동이 빨라진다. 오싹한 느낌을 주는 것의 정체를 판단하기도 전에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 다음에야 겁에 질린 사람의 눈을 알아본다. 오른쪽 그림에서는 미소를 짓느라 볼이 올라간 탓에 눈이 가늘어져 행복해 보이고, 사람을 전형 흥분시키지 않는다. 어느 실험에서, 사람들을 뇌 스캐너에 눕히고 두 그림에 대한 반응을 살폈다. 각 그림을 100분의 2초도 안 되게 잠깐 보여준 뒤에, 곧바로 어두운 사각형과 밝은 사각형이 무작위로 나타나는 시간적 잡음으로 그림을 덮었다. 그림을 본 사람 중에 누구도 눈 그림을 봤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했지만, 뇌의 한 부분은 분명히 인식했다. 뇌에서 주로 위협을 감지하고 더불어 여러 감정에 관여하는 편도체다. 눈으로 보고도 인식하지 못한 위협적 그림에 편도체가 격렬히 반응하는 모습이 뇌 사진에 나타났다. 위협에 대한 정보는 본다는 의식적 체험을 지원하는 시간 피질을 건너뛴 채 초고속 신경 통로를 거쳐, 뇌에서 감정을 다루는 부분으로 직접 전달되었을 것이다. 이 경로는 도식화된 행복한 표정보다 도식화된 화난 표정을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처리한다.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는 군중 틈에서 화난 표정은 튀지만, 화난 군중 틈에서 행복한 표정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인간이나 다른 동물의 뇌는 나쁜 소식에 우선순위를 두도록 설계되었다. 포식자 감지 시간이 100분의 몇 초만 줄어도 번식할 때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진다. 시스템 1이 저절로 작동하는 데는 이런 진화의 역사가 담겼다. 그러나 좋은 소식을 그렇게 빠르게 인식하는 체계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물론 우리나 우리와 가까운 동물은 짝짓기 기회나 먹이를 먹을 기회를 알려주는 신호를 재빨리 포착하고, 광고주는 그에 따라 광고 게시판을 디자인한다. 그러나 여전히 위협은 기회보다 특별히 취급되면, 마땅히 그래야 한다. 

 뇌는 순전히 상징적인 위협에도 재빨리 반응한다. 감정이 실린 말은 재빨리 주의를 끌고, 나쁜 말은 좋은 말보다 더 빨리 주의를 끈다. 실제 위협은 없지만 나쁜 일을 상기시키기만 해도 시스템 1은 그것을 위협으로 받아들인다. 이 책 앞에서 구토라는 단어를 예로 들었듯이, 무언가를 상징하기만 해도 연상 작용에 따라 비록 정도는 약해도 현실에서 실제로 그것과 마주칠 때처럼 반응할 때가 많은데, 이를테면 감정을 드러내는 여러 생리적 지표가 나타나기도 하고, 심지어 몸을 피한다든가 다가간다든가 또는 몸을 흠칫 움츠린다든가 앞으로 기울인다든가 하는 미세한 몸짓을 드러내기도 한다. 위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성향은 자신이 강하게 반대하는 의견이 표명될 때 그것을 처리하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안락사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나는 안락사가 용인될 수 있다고 없다고 생각한다. 라고 시작하는 문장에서 뇌가 위협을 감지하는 데 4분의 1초도 안 걸릴 것이다. 

 혐오 전문가인 심리학자 폴 로진의 관찰에 따르면, 바퀴벌레는 한 마리로도 체리 한 그릇의 유혹을 완전히 망쳐놓지만, 체리 하나는 바퀴벌레 한 사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한다. 로진은 부정적인 것이 긍정적인 것을 여러 방식으로 압도하는데, 손실 회피는 광범위한 부정성 지배를 보여주는 수많은 사례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나쁜 것이 좋은 것보다 강하다 라는 논문에서는 여러 학자가 그 증거를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나쁜 감정, 나쁜 부모, 나쁜 피드백은 좋은 감정, 좋은 부모, 좋은 피드백보다 영향력이 크고, 나쁜 정보는 좋은 정보보다 더 철저히 가공된다. 자아는 좋은 자기규정을 추구하기보다 나쁜 자기규정을 배척하는 데 더 적극적이다. 나쁜 인상과 나쁜 고정관념은 나쁜 자기규정을 배척하는 데 더 적극적이다. 나쁜 인상과 나쁜 고정관념은 좋은 인상과 좋은 고정관념보다 더 빨리 형성되고, 나쁜 인상이나 나쁜 고정관념이 부정되면 좋은 인상이나 좋은 고정관념이 부정될 때보다 더 강력한 저항이 일어난다. 이들은 유명한 부부 관계 전문가 존 가트맨의 연구를 인용한다. 가트맨은 부부관계가 장기적으로 순탄하려면 긍정적인 것을 추구하기보다 부정적인 것을 피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면 좋은 상호작용이 나쁜 상호작용을 적어도 5:1로 앞서야 한다고 추산했다. 이런 비대칭성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훨씬 더 강하게 나타난다. 수년간 쌓아올린 우정이 한 번의 행동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은 다들 잘 아는 사실이다.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하는 성향은 타고난다. 아기들도 세상에 나올 때 이미 고통은 나쁜 것이고 단것은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반응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경계는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고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준거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