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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심리학 연구

심리적 계좌의 함정 : 결정에 미치는 감정적 왜곡

by a-art 2024. 8. 25.

 수입이 생존과 직결될 정도로 궁핍한 경우가 아니라면, 돈을 버는 주된 동기는 꼭 경제적인 이유만은 아니다. 수억 달러를 더 벌려는 억만장자에게나, 고작 몇 달러를 벌려고 실험경제학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에게나 돈은 자존감과 성취도에서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표시다. 우리는 이런 보상과 벌, 전망과 위협에 온 신경을 집중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주의 깊게 기록한다. 그것은 마치 사회생활을 하면서 받는 인센티브처럼, 우리 선호도에 영향을 미치고 행동을 촉발한다. 그 결과, 손실을 줄이려고 노력하면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 될까봐 손실을 줄이지 않고, 나중에 후회할 행동은 애초에 거부하는 편향을 보이며, 또 행동마다 책임의 정도가 다른 탓에,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 것, 행동하지 않는 것과 행동한 것 사이에 실체도 없는 선을 분명히 긋는다. 보상이나 벌을 궁극적으로 는 감정의 형태로 받는 때도 종종 있다. 일종의 정신적 자기거래인데, 조직을 대표하는 사람이 이런 자기거래를 할 때는 불가피하게 이해 충돌이 일어난다. 

 

 리처드 세일러는 여러 해 동안, 우리가 삶을 조직하고 운영하는 데 사용하는 회계와 심리적 계좌의 유사점에 매료되었는데, 그중 어떤 것은 어리석고, 어떤 것은 매우 유용하다. 심리적 계좌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우리는 돈을 여러 계좌에 넣어두는데 , 실제 계좌일 때가 있는가 하면,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계좌일 때도 있다. 우리가 가진 돈에도 생활비로 쓰는 돈이 있고, 일반 저축이 있고, 아이들 교육이나 다급한 치료를 위해 따로 모아둔 돈이 있다. 필요한 돈을 계좌에서 꺼내 쓸 때는 나름대로 명확한 체계가 있다. 우리는 실제 계좌나 심리적 계좌를 자기 절제 목적으로도 이용하는데, 이를테면 가계 예산을 짤 때, 하루에 마시는 에스프레소 양을 제한할 때, 운동 시간을 늘릴 때 등이다. 절제에 돈이 들 때도 종종 있어서, 저축은 하되 신용카드 빚은 줄지 않을 수도 있다. 합리적 행위자인 이콘은 심리적 계좌에 기대지 않는다. 이콘은 결과를 포괄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외부 인센티브에 자극받아 행동한다. 그러나 인간에게 심리적 계좌는 좁은 틀짜기의 한 형태이며, 유한한 정신으로 대상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수단이다. 

 심리적 계좌는 득점을 따질 때 널리 쓰인다. 프로골프 선수가 버디를 잡을 때보다 보기를 피할 때 퍼팅이 더 좋았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결론 하나는 최고의 골프 선수는 홀마다 계좌를 따로 개설하지, 하나의 계좌에서 전반적인 성공을 이끌어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일러가 초기 논문에서 언급한 재미있는 예는 심리적 계좌가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다. 

 열렬한 스포츠 팬 두 사람이 65킬로미터를 달려가 농구 경기를 볼 계획을 세웠다. 한 사람은 표를 샀고, 한 사람은 표를 사러 가던 중에 친구에게서 공짜로 표를 얻었다. 경기가 열리는 날 밤에 눈보라가 예보되었다. 둘 중 누가 용감하게 눈보라를 뚫고 경기를 보러 갈 확률이 높겠는가?

 답은 금방 나온다. 우리는 돈을 주고 표를 산 사람이 경기장에 갈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심리적 계좌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우리는 두 팬 모두 보고 싶은 경기의 계좌를 개설했다고 가정한다. 경기를 안 보면 계좌를 마이너스 상태로 해지하는 꼴이 된다. 이렇게 되면 표를 어떻게 구했든 둘 다 실망하겠지만, 표를 산 사람에게는 마이너스가 더욱 두드러지는데, 경기를 못 볼 뿐만 아니라 돈까지 잃는 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집에 있는 것이 이 사람에게는 더욱 실망스러운 일이라 경기를 봐야겠다는 마음이 더 생기고 결국 눈보라를 뚫고 차를 몰려는 유혹이 생기기 쉽다. 이는 감정의 손익을 맞추는 암묵적인 계산이며, 시스템 1이 무의식적으로 수행하는 작업이다. 사람들이 심리적 계좌 내역에 느끼는 감정은 표준 경제학 이론에서는 인정받지 못한다. 이콘이라면 표 값은 이미 지불했고 환불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이 비용은 매몰되었으며, 이콘은 돈을 주고 표를 샀는지, 친구에게서 표를 얻었는지 개의치 않는다. 합리적 행위를 하려면 시스템 2가 사실과 반대되는 가능성, 즉 표를 친구에게 공짜로 얻었어도 나는 여전히 눈보라를 뚫고 운전을 할까?라는 물음을 던져야 한다. 이런 어려운 질문을 던지려면 정신 활동이 왕성하고 잘 훈련되어 있어야 한다. 

 개인 투자자가 보유 주식 중 일부를 팔 때도 이와 비슷한 실수를 저지른다. 

 딸의 결혼 비용을 마련하려면 가지고 있는 주식을 일부 팔아야 한다. 각 주식을 얼마에 샀는지 기억하고, 따라서 지금 그때보다 주가가 올랐는지, 떨어졌는지도 알 수 있다. 보유 주식 중에 블루베리 타일스는 주가가 올라서 오늘 팔면 5,000달러 이익을 얻는다. 티파니 모터스에도 똑같이 투자했는데, 현재 주가는 처음 살 때보다 5,000달러가 떨어졌다. 두 주식의 가격은 최근 몇 주 동안 변동이 없다. 이 상황에서 사람들은 대개 어느 것을 팔까? 

 이 선택을 그럴듯하게 바꿔 말하면 이렇다. 블루베리 타일스 계좌를 해지하면 계속 성공적인 투자자로 남을 수 있다. 반면에 티파니 모터스 계좌를 해지하면 또 한 번 실패한 투자자가 될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 문제를 자신이 기뻐할 선택과 고통스러워할 선택 중에 고르는 것으로 규정한다면, 당연히 블루베리 타일스를 팔아 자신의 투자 능력에 뿌듯해할 것이다. 조사 결과, 예상대로 절대 다수가 주가가 떨어진 주식보다 주가가 오른 주식을 팔겠다고 했다. 성향 효과라는 애매한 이름이 붙은 편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