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버스 자살 폭탄 테러가 상대적으로 자주 발생하던 시기에 이스라엘을 여러 차례 갔었다. 폭탄 테러는 2001년 12월과 2004년 9월 사이에 23건 발생해 총 236명이 사망했다. 당시 이스라엘의 하루 버스 이용객은 줄잡아 130만 명이었다. 따라서 폭탄 테러를 당할 위험은 매우 낮았지만, 실제 느낌은 그렇지 않았다. 사람들은 되도록 버스를 타지 않았고, 타더라도 불안한 눈초리로 폭탄을 숨겼을 법한 불룩한 옷이나 짐을 살폈다.
렌터카를 이용해 버스 탈 일이 많지 않던 나 역시 그런 상황에 영향을 받아 행동했다는 걸 알고는 실망스러웠다. 빨간불일 때 버스 옆에 정차하고 싶지 않았고, 신호가 바뀌면 평소보다 빨리 자리를 떴다. 알 만한 사람이 그렇게 행동하다니,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잠재적 위험은 무시할 정도라는 것도 알았고, 내 행동이 그런 사건에 영향을 받는다면 대단히 낮은 확률에 지나치게 높은 결정 가중치를 부여한 탓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사실 버스 옆에 정차해 있다가 다칠 확률보다 운전 중에 일어나는 사고로 다칠 확률이 훨씬 높았다. 그러나 버스를 피하는 내 행동은 생존을 걱정하는 합리적 판단과는 거리가 있었다. 나는 그 순간의 느낌에 따라 행동하고 있었다. 버스 옆에 있으면 폭탄이 떠올랐고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다른 생각을 하려고 버스를 피했다.
내 경험은 테러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고, 왜 효과가 높은지를 잘 보여준다. 테러는 회상 용이성 폭포를 유발한다. 극도로 생생한 죽음과 피해 현장의 모습은 언론이 주목하고 대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탓에 꾸준히 강조되면서 버스를 본다거나 하는 특별한 순간에 연상 작용이 일어나 그 모습이 훨씬 더 가까이 느껴진다. 감정 흥분은 연상 작용에 따라 저절로 일어나며, 통제할 수 없고, 충동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행동을 하게 한다. 시스템 2는 사건 발생 확률이 낮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절로 생기는 불안이나 그 불안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을 없앨 수는 없다. 시스템 1은 차단이 안 된다. 감정은 확률과 따로 놀 뿐 아니라 정확한 확률에도 둔감하다. 두 도시가 자살 폭탄 테러 경고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그중 한 도시에는 폭탄 두 개가 터질 것이라고 했고, 다른 도시에는 하나가 터질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 도시의 위험률은 절반인데, 과연 그곳 주민은 첫 번째 도시 주민보다 안전하다고 느낄까?
뉴욕시에는 복권을 파는 상점이 많고, 장사도 제법 잘된다. 당첨금이 큰 복권을 댛사는 심리는 테러를 대하는 심리와 비슷하다. 이 지역 사람들은 누구나 큰돈은 받을 수 있는 짜릿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그 가능성은 가정과 직장의 대화에서 더욱 확대된다. 복권을 사는 즉시 즐거운 상상으로 보상을 받는데, 버스를 피하는 즉시 두려움에서 멀어지고 안정을 되찾는 보상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 둘 다 실제 확률은 중요치 않다. 오직 가능성이 중요할 뿐이다. 처음 전망 이론을 만들면서 발생 확률이 극히 낮은 사건은 무시되거나 과도한 가중치가 부여된다고 주장했지만, 정확히 어떤 조건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고, 심리적 해석도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감정과 생생한 이미지에 관한 최근 연구에 큰 영향을 받아 결정 가중치를 바라보게 되었다.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에 지나치게 비중을 두는 것은 지금은 익숙해진 시스템 1의 특징에 그 뿌리가 있다. 감정과 생생함은 회상 속도, 회상 용이성, 확률 판단에 영향을 미치고, 따라서 매우 드물게 일어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사건에 왜 과도한 반응 보이는지 설명해준다.
다음 미국 대통령이 제3당 후보에서 나올 확률이 얼마라고 판단하는가?
다음 미국 대통령이 제3당 후보에서 나온다면 1,000달러를 받고 그렇지 않으면 한 푼도 받지 않는 내기가 있다면, 얼마를 내고 참여하겠는가?
두 질문은 다르지만 명백히 연관되어 있다. 첫 번째 질문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건의 확률을 묻는다. 두 번째 질문은 똑같은 사건을 두고 내기를 하는 식으로 결정 가중치를 매겨보게 한다.
사람들은 확률을 어떻게 판단하고, 결정 가중치를 어떻게 매길까? 우선 그 답을 두 가지로 단순화해보면 다음과 같다.
사람들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건의 발생 확률을 과대평가한다.
사람들은 결정을 내릴 때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건에 과대 가중치를 부여한다.
과대평가와 과대 가중치는 다른 현상이지만, 그 둘에는 똑같은 심리 작용인 주목, 확증 편향, 인지적 편안함이 관여한다.
구체적인 진술은 시스템 1의 연상 작용을 촉발한다. 제3당 후보가 승리하는 아주 드문 일을 생각했을 때 연상 체계는 평소처럼 그것을 확증하는 방향으로 작동하면서 그 말을 진실로 만들어주는 증거, 사례, 이미지를 선별적으로 끄집어낸다. 편향된 과정이지만, 상상의 결과는 아니다. 현실의 한계속에서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찾을 뿐, 상상 속에서 제3당 대통령을 옹립하는 소설을 쓰지는 않는다. 확률 판단은 결국 그럴듯한 시나리오가 머릿속에 얼마나 쉽게 떠오르는지, 또는 얼마나 막힘없이 떠오르는지로 결정된다.
우리는 늘 질문받은 사건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그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때는 그 반대 사건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아래 예를 보자.
동네 병원에서 태어난 아기가 사흘 안에 퇴원할 확률은?
아기가 퇴원할 확률을 질문받았지만, 우리는 틀림없이 정상적인 기간에 퇴원하지 못하는 사건에 초점을 맞춘다. 우리 머리는 이상하거나 다르거나 드문 사건에 자동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유용한 능력이 있다. 미국 아기들은 보통 태어난 지 2, 3일 안에 퇴원한다는 사실을 재빨리 인지하고 비정상적인 다른 상황, 그러니까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건에 관심을 집중한다. 여기에 회상 용이성 어림짐작이 끼어들기 쉽다. 그러면서 의료사고 시나리오가 몇 개나 떠오르는지, 얼마나 쉽게 떠오르는지에 따라 판단을 내린다. 그리고 확증할 준비가 된 탓에 그런 사건의 빈도를 지나치게 부풀려 추정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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